> 한국발도르프학교연합 > 연합 창립 축전 > 이정희 (사) 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 대표

이정희 (사) 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 대표

기미년 3월 1일 정오, 한반도에서 민중의 각성이 봇물처럼 터졌습니다. “대한독립만세!”라는 온 민족의 외침은 인류 평등과 자유를 향한 비폭력 저항의 실천이었고, 이는 임시정부 수립의 결정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기미독립만세운동에서 교육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이 거국적 움직임의 주동 계층에 처음부터 젊은 학생들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자유의 나라”를 꿈꾸며 미래 사회를 짊어지겠다는 주인 의식을 발휘했습니다.

자주 독립의 의지, 민주주의, 평화를 좇던 그 학생들의 패기와 희생 정신이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요? 21세기 미래 교육을 내다보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이들을 얼마나 구속하고 있나요? 영유아기부터 아동, 청소년기까지 대학 입시를 겨냥하여 이어지는 문제풀이식 주지주의 교육에 아이들은 얼마나 더 시달려야 하나요?

획일화된 우리교육의 문제를 두고 교육계도 다양한 돌파구를 찾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2010년 지역별로 시작된 이른바 “혁신학교” 모델에 이어 2015년에는 교육부가 주도한 개정교육과정이 전국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주어진 교과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수업을 운용하여 미래의 지식정보사회에 적합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육 목표가 정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교육현장은 어제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전체적인 교육제도는 여전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우리교육은 더 늦기 전에 인공지능시대에 호응하는 세계 교육의 흐름에 동참해야 합니다. 입시 경쟁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 창의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한 ‘인간다움’에 더하여 코로나 19 이후 시대가 요구하게 될 생태감수성을 포함한 삶의 대처능력을 키우는 미래형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변화는 부분적인 개선을 통한 ‘탈바꿈’이 아니라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쇄신하는 “틀바꿈”을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1950년대에 “홍익인간”으로 제시된 우리교육의 지향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습니다. 1997년 제7차 교육과정의 “세계화, 정보화, 창의적 한국인”이라는 지향점은 2007년 이후 이른바 “창의*인성교육”으로 보완되었습니다. 미래 세대는 주어진 변화에 순응하기보다 변화들을 만들어가는 인재로 육성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열쇠는 온전히 교사의 손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교육의 현장에서 교사 스스로가 창의성을 발휘하여 자신의 교육방법론을 개척하고 적용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창의와 인성에 집중하는 교육을 정착시키려면 먼저 세계적인 선진 교육의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디지털 혁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발도르프학교 현장이 미래형 교육의 한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1919년(기미년) 독일 남부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첫 자유발도르프학교가 문을 연 뒤 여러 나라로 퍼져나간 발도르프학교들은 오늘날 전세계가 인정하는 창의 교육의 산실이 되었습니다. 이 학교의 출발점은 당시 일반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의 제시나 기존 교육의 문제를 보완하는 ‘개혁’의 시도가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 교과서 없는 학교, 인지학적 인간학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교수방법론을 적용하여 아동의 발달 단계와 각자의 학습 속도를 온전히 존중하는 현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발도르프학교 교사는 “교육예술가”로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과 같은 교육방식으로 아동에게 내재된 소질과 능력을 깨워 줍니다. 나아가 모든 아동에게 씨앗으로 잠재된 “이상적인 본질”이 최대한 발현될 수 있도록 각자의 독창성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합니다.

자유발도르프학교와 그 교육론은 이미 100년의 세월 속에서 세계적인 창의교육 모델로 인정받아 여러 문화권에서 교육의 본연을 일깨우며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백년대계가 되어야 할 우리의 미래교육 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 믿어 추천합니다.

(사)한국슈타이너인지학센터 http://steinercenter.org/

답글 남기기